2022. 10. 26. 01:30ㆍ머니 인사이트
갭투자로 돈 벌 수 있을까? (부제: 차익형 부동산의 종말)
최근 잭파시 최경천님의 '나는 대출 없이 0원으로 소형 아파트를 산다'를 읽고 나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갭투자로 돈 번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그리고 이 사람들은 아직도 돈 벌고 있을까?
부동산이 급격한 하락세를 맞이한 지금도 갭투자가 유효한 투자 전략인지, 그리고 앞으로도 유효할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그래서 저자가 말하는 '갭투자가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분석해봤다.
(사실 나는 일부는 동의하고 일부는 동의하지 않는다.)
1. 갭투자의 원리
책 제목처럼 내 돈 한푼 안 들이고 부동산을 사기 위해선 원리는 간단하다.
매매 가격이 전세 가격과 같거나 낮으면 된다.
플피 투자의 기본 원리: 매매가 < 전세가
매매 가격과 전세 가격이 같으면 무피 투자, 매매 가격이 전세 가격 보다 낮으면 플피(Plus + Premium) 투자라고 한다.
저자가 말하는 0원으로 부동산을 취득하는 전략은 무피 투자와 플피 투자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매매가 - 전세가) 만큼의 소액으로 부동산을 사는 갭투자에서 한 단계 진화한 전략이다.
하지만 어떻게?
- 방법 1. 급매 물건 중에서 찾는다.
- 방법 2. 경매를 통해 찾는다.
이 방법이 가장 잘 먹힐 때는 부동산 불황기가 상당 기간 진행되고 하락된 집값이 조금씩 오르기 시작하는 회복기이다.
이 때엔 집주인들이 장기간 부동산 가격 침체를 겪었기 때문에 패닉셀을 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유리한 가격에 살 수 있다.
즉, 지금과 같은 부동산 불황기가 2~3년 지나고 난 이후가 된다.
저자는 2008년 리먼 사태로 인한 미국발 경기 침체기를 지나 2012년부터 투자를 해서 이 방법을 지속했다.
또는
- 방법 3. 다주택자 양도세가 완화될 경우 싸게 풀리는 매물을 산다.
문재인 정부 때 집값 폭등으로 인해 부동산 정책이 강화될 때 양도세 비율도 같이 올렸다.
양도세란 집을 팔 때 오른 집 값의 시세차익에 매기는 세금으로, 3주택 이상의 다주택자는 1~2주택을 가진 사람들보다 2배로 내야한다.
근데 이런 양도세가 완화될 경우, 시세차익을 실현하려는 다주택자가 빨리 집을 팔려고 급매에 내놓을 수 있으니 그 타이밍을 노리란 거다.
지금은 조정지역이 해제되는 등 부동산 규제가 완화되는 시점이므로 양도세 정책 완화도 가능한 이야기다.
이론은 이런데 실제로도 가능한가? 실제로도 가능한 전략이다.
근데 아무리 전세 가격 보다 싸게 산다고 해도 다 돈이 되는 건 아니다.
● 부동산을 사고 팔때 드는 각종 세금(취득세, 등록세, 양도세 등)과 부대 비용을 더 하면 실제로는 아무 소득이 없을 수 있다.
● 전세 보증금은 세입자가 나갈 때 돌려줘야 되는 돈이므로, 그 돈으로 투자를 해서 수익을 내지 않는 이상 갭투자로 돈을 벌 수 없다.
그래서 갭투자가 가능하려면 아래 시나리오(전제)가 필요하다.
2. 갭투자의 전제 그리고 전제에 대한 반박
집값(매매 가격)이 미친듯이 오르면 갭투자로 돈 버는 게 당연하겠지만, 지금 보다시피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추락하고 있다.
그래서 적어도 전세 가격이 올라야 전세를 연장하든지 다음 세입자를 찾든지 하기 쉽다.
따라서 갭투자가 성공하기 위한 가장 첫번째 전제 조건은 '전세 가격이 유지되거나 상승한다'는 것이다.
- 전제 1. 전세 가격이 유지되거나 상승한다.
전세 가격은 계속 오를까?
많은 글들에서 전세 가격은 항상 우상향해왔다고 한다.
저자도 매매 가격의 상승 속도가 전세 가격의 상승 속도보다 크므로 아직 전세 가격이 오를 여력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만약 부동산 거품이 (매매가 - 전세가) 보다 크다면?
이제까지는 전세 가격은 항상 오른다는 이야기가 맞았을 수 있지만, 앞으로는 예전과 다를 수 있다.
뒤에서 더 다루겠지만, 대한민국의 상황은 이전과 많이 다르다.
- 이미 시작된 인구 감소
- 둔화된 GDP 성장률
-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전세계적인 금리 인상
만약 전세 가격이 떨어진다면, 내 돈 보태서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혹은 보증금을 못 돌려주면 경매로 그 집이 나오게 된다.
이게 바로 '역전세'다.
전세 자금도 대부분 대출이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높은 전세대출 이자가 부담스러워 전세 수요가 줄어든다.
그러면 이전 세입자가 나간 후 같은 가격에 들어올 다음 세입자를 구하기 힘들어 전세 가격을 낮출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온다.
책에선 역전세 리스크에 대한 대응으로 현금을 준비하라고 말한다. (어떻게?)
전세는 항상 오른다는 전제가 깨진 지금은 갭투자는 유효한 전략이 아니다.
따라서 갭투자에 필요한 두번째 전제는 다음과 같다.
- 전제 2. 부동산에는 사이클이 있으며 공급주기를 따라 5년은 상승한다.
모두 하나같이 입을 모아 부동산에는 사이클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렘군과 같은 투자자들은 전국에 있는 모든 아파트 가격을 조사해서 오를 때가 된 지역의 부동산을 찾아 투자한다고 말한다.
갭투자가 다시 유효한 전략이 되려면 다시 전세 가격과 매매 가격이 상승하는 부동산 상승기가 와야 한다.
주택 공급이 예정되어 있는 수도권(인천, 오산, 평택), 광역시, 세종시는 이미 예정된 부동산 하락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미국 금리가 오르는 속도에 맞춰 한국은행도 금리를 올리고 있으므로 시장에 돈줄이 말랐다.
이를 유식한 말로 유동성이 줄어든다고 하는데, 이는 대부분이 대출인 부동산에 치명적이다.
실제로도 현재 은행 예금 이자율이 6%를 넘고 대출 금리가 7%를 넘기면서 사람들은 예금을 늘리고 대출은 줄인다.
저축은행은 이미 예금 이자율이 9%라는 소리가 나온다.
'은행에 돈 넣으면 물가 상승률보다 이자율이 낮으므로 은행에 예금하면 손해다.' 라는 말은 말 그대로 옛말이 되어버렸다.
그럼 충분히 물량이 줄어들고 다시 이자가 낮아지면 부동산 상승기는 다시 올까?
이전과 같이 폭발적으로 집값이 오르고 전세가 오르는 상황은 오지 않는다.(고 예측하는 사람들이 있다.)
왜냐하면, 부동산 가격은 금리, 인플레이션과 같은 시장 상황, 경제 성장율과 같은 거시 경제와 함께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거시 경제의 움직임이 예전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전과 같은 부동산 사이클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을 수 있다.
2000년 대 초의 우리나라 GDP 성장률(8~6%대)과 현재의 GDP 성장률(2%대)에는 큰 차이가 있다.
현재 부동산 시장처럼 빚이 빚을 버텨주는 방식은 경제가 성장 중일 때나 (즉, 모두가 월급이 오르는 때나) 가능한 방법이지만, 인구 감소가 예정된 대한민국에 경제 성장은 다시 안 올 수 있다. (마치 일본처럼)
따라서 집값을 받쳐줄 사람들이 다음 세대에는 더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 논리의 출처는 유튜브 삼프로TV-경제의 신 채널의 "혼돈의 부동산, 대체 어디까지 떨어지나? f. 한문도 교수" 영상이다.)
"물이 빠지면 누가 발가벗고 수영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 워렌버핏
경제 상황말고도 예전과 같지 않은 또 하나 있다.
그런 바로 AI기술의 발전이다.
AI가 부동산 가격을 예측한다면 부동산 가격은 이전처럼 폭등이 가능할까?
AI가 부동산 가격을 정확하게 맞춘다면, 집값이 계속 오를거라는 불안 혹은 기대로 인한 부동산 매수 현상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부동산 가격과 실물 경제가 같이 움직일 때 버블 경제가 되고 이는 큰 사회 부작용을 일으킨다.
2008년 모기지론 사태로 미국과 전세계가 휘청거렸던 것처럼, 1980년대 버블 붕괴로 아직도 일본이 재기하지 못하는 것처럼.
이런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려는 오픈도어와 같은 프롭테크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제까지의 집값에는 시세차익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와 투자 수요로 거품이 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AI 기술로 "적절한 집값"이 얼마인지 알 수 있는 서비스가 개발되고 있다.
그리고 거품이 빠지고 있는 지금 오히려 "적절한 집값"이 얼마인지 알려주는 알고리즘이 정교화되기 딱 좋은 타이밍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하는데?
부동산 투자하지 말란 소린가?
나도 올해 부동산 공부를 시작한 사람으로써 갭투자로 재미보는 건 끝났다는 소리가 달가울리 없다.
그렇다면 다른 투자 전략을 찾아야 한다.
3. 갭투자의 대안
여기 더한 사람이 있다.
중소기업을 다녔던 용수도 가진 돈이 많이 없었다.
그래서 전세를 껴서 적은 돈으로 다가구 건물을 구매했다.
직장에서 나오는 월급을 아껴서 전세를 하나씩 월세로 전환한다.
나온 월세와 월급을 모아 또 전세를 월세로 전환한다.
그렇게 모으다보니 평택에만 140채의 다가구 원룸 건물을 소유한 다주택자가 되었다.
최종적으로 자산부채를 60%에서 20%로 줄여 매달 월세로 6000~7000만원의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었다.
(출처: 유튜브 싱글파이어 채널)
두 분의 차이점은 크게 3개이다.
잭파시 님 | 용수 님 |
• 시세를 비교하기 쉬운 (소형) 아파트를 샀다. • 전세금을 투자에 활용해 빚을 빚에 활용했다. • 전세금을 못 돌려주면 부동산을 팔아서 전세금을 돌려준다. |
• 시세를 알기 어려운 빌라를 샀다. • 전세를 월세로 전환해 빚을 줄여나갔다. • 부동산에서 계속 현금이 나오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팔 생각이 없다. |
차익형 부동산 투자 | 수익형 부동산 투자 |
즉, 수익형 부동산과 차익형 부동산의 차이인 것이다.
이젠 차익형 부동산, 즉 갭투자 전략은 종말을 맞이했다고 볼 수 있다.
차익형 부동산 대신 수익형 부동산이 이런 침체기에서 버틸 수 있는 투자 전략이라고 보인다.
4. 지금 갭투자자라면?
개인적으로 잭파시 님에게 유감이 있어서 이 글을 쓴 것은 아니다. (오히려 플피 투자 측면에선 대단한 실력자다.)
내가 만약 갭투자자라면, 지금 상황에선 리스크에 대한 전략이 집값이 오를거라는 행복회로만 돌리면서 버티기 밖에 없겠다 싶은 생각이다.
하지만 저자에겐 여러가지 리스크 헷지 방법이나 출구전략을 마련해 놓은 것으로 보인다.
- 리스크 대응 1. 전세가 오르면 상승분을 받아 투자하는 대신 그만큼 월세로 전환한다.
- 리스크 대응 2. 빌라에서 오피스텔로 투자 대상을 바꿔 수익형 부동산을 늘린다.
- 리스크 대응 3. 수십채를 보유하여 각 물건 마다 전세 만기일을 다르게 설정한다.
- 리스크 대응 4. 투자 시점 매매 가격을 싸게 들어갔기 때문에 웬만큼 집값이 떨어지는 것은 방어가 가능하다.
책에서 부동산 가격이 2022년 하반기에도 오를 것이다는 예측은 틀렸지만, 리스크 대응은 치밀하게 하셨다.
이런 부분은 보고 열심히 배워야지 싶다.
지금 은행 금리가 6~9% 찍는 상황에서 누가 부동산에 투자할까 싶다. (지금은 현금이 짱이니까)
리스크도 있고, 감가상각도 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꾸준히 준비하다보면 기회는 온다.
이 글에서의 분석은 아파트와 빌라라는 주거 건물에서의 투자전략 비교이며, 상가와 꼬마빌딩 같은 상업용 건물은 상황이 다를 것이다.
상업용 부동산은 이자 부담과 공실률이 더해져 더 처참한 상황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 왜 비와 김태희는 부동산을 팔려고 할까?
- 작년에 대출 많이 껴서 부동산을 산 연예인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연예인은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 글은 여기서 마친다.
+. 매매지수, 전제지수, 매매전세비(= 전세가/매매가) 데이터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이 곳 저 곳에서 매매지수, 전세지수, 매매전세비 등 데이터를 이용해서 부동산 가격을 예측하는데 다들 말이 달라서 이해가 어려웠다.
(데이터를 예측에 활용하는 접근법은 좋다고 생각하나, 데이터에 대한 해석은 믿고 싶은대로 믿는 수준이다.)
그래서 내 방식대로 정리해봤다. (그러므로 참고만 바란다.)
1. 전세가와 매매가가 비슷하면 갭투자가 증가한다.
2. 따라서 매매전세비가 높으면 실수요보다 투자 수요가 많다고 해석할 수 있다.
3. 그리고 매매전세비가 높으면 투자자가 모일 만큼 모였으므로 더이상 주택 가격이 오를 일은 없다.
4. 지금과 같이 매매전세비가 높은 상황은 집값이 더 오를 일도 없고 떨어지거나 (갭투자자들이 버틴다면) 유지된다.
5. 전세 가격이 떨어져서 그 격차가 충분히 벌어진 후에나 이전과 같은 부동산 상승기가 다시 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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